한국 불교 문화재 중 가장 대표적인 석탑으로는 경주 불국사에 위치한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다. 이 두 탑은 국보 제21호(석가탑)와 국보 제20호(다보탑)로 지정되어 있으며, 한국 석탑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다. 불국사를 방문하면 늘 사진을 찍으면서 석탑 이야기나 가치를 신경써본 적은 없었다. 단지 모형을 갖춘 석가탑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석가탑은 단아하고 간결한 아름다움을, 다보탑은 화려하고 독창적인 조형미를 갖추고 있어, 두 탑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불국사의 미적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이 글에서는 석가탑과 다보탑의 역사적 배경, 건축적 특징, 그리고 불교적 의미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1. 석가탑: 단순미와 정제된 아름다움
석가탑(釋迦塔)은 불국사의 대웅전 앞뜰에 위치한 삼층석탑으로, 높이는 약 10.75m이다. 이 탑은 한국 전통 석탑 양식의 정형을 갖추고 있으며, 단순하면서도 정제된 조형미로 인해 많은 석탑들의 모델이 되었다.
1) **역사적 배경** 석가탑은 신라 경덕왕(742~765년) 시기에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이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국사는 불국토(佛國土), 즉 부처님의 이상향을 지상에 구현하고자 한 사찰로, 석가탑과 다보탑은 그 핵심적인 상징물로 자리 잡고 있다. 석가탑은 설화도 존재한다. 석가탑을 만든 아사달과 그의 부인인 아사녀의 애달픈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석탑을 완성하기 전에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아내인 아사녀는 그리움을 참지 못해 세상을 떠난다. 석가탑을 완성한 아사달의 마음이 어땠을까? 왜 불국사의 석가탑에는 그림자가 없을까? 불국사에 그림자가 비치지 않는 것은 “선과 악, 깨끗하고 더러운 것,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등의 구별이 없는 부처님의 세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불국사의 경내가 바로 ‘불국’인 것이다. 이러한 얘기를 알고 나니 더욱 석가탑과 다보탑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2) **건축적 특징** 석가탑은 신라 시대 석탑의 기본 형태인 3층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기단(基壇), 탑신(塔身), 상륜부(相輪部)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 단순하면서도 균형 잡힌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기단부와 옥개석(지붕돌)의 완만한 곡선은 신라 석탑의 세련된 미감을 보여준다.
3) **불교적 의미** 석가탑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탑으로, 전통적인 신라 불교 신앙의 중심을 상징한다. 또한 불교의 대표적인 교리인 "무소유"와 "단순함 속의 깨달음"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탑이기도 하다.
4) **석가탑의 발견과 복원** 석가탑은 1966년 해체·보수 작업 중 내부에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불교 유물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발견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이 경전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로, 당시 신라 시대의 불교 신앙과 과학적 기술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2. 다보탑: 화려한 조형미와 독창성
다보탑(多寶塔)은 석가탑과 함께 불국사의 중심 공간을 장식하는 탑으로, 석가탑과 대조적으로 화려하고 독창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다. 다보탑의 높이는 약 10.29m이며, 복잡한 구조와 섬세한 조각으로 인해 한국 석탑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양식을 자랑한다.
1) **역사적 배경** 다보탑은 불교 경전인 <법화경(法華經)>에 등장하는 "다보여래(多寶如來)"의 신앙을 바탕으로 건립되었다. 법화경에 따르면 다보불(多寶佛)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을 할 때, 거대한 보탑을 타고 나타나 그 가르침을 증명했다고 한다. 다보탑은 이러한 신앙을 바탕으로 세워진 불탑으로, 불법(佛法)의 진리를 상징한다.
2) **건축적 특징** 다보탑은 한국 석탑 중 유일하게 대칭적인 형태를 벗어나 비대칭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각형의 기단 위에 8개의 돌기둥이 세워져 있으며, 중앙에는 연꽃 모양의 석조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계단을 오르면 내부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으며, 난간과 장식물들이 복잡하게 배치되어 있어 조각의 정교함을 극대화한다.
3) **불교적 의미** 다보탑은 법화경에서 묘사된 다보불이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증명하기 위해 출현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는 불교의 깊은 교리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깨달음의 진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존재함을 상징한다.
4) **다보탑의 예술적 가치** 다보탑은 조각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갖춘 예술적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전통 석탑은 일반적으로 단순하고 정제된 형태를 유지하는 데 비해, 다보탑은 유례없는 복잡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이러한 독창성 때문에 다보탑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높은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3. 석가탑과 다보탑의 조화
석가탑과 다보탑은 각각 다른 미적 감각을 가지고 있지만, 불국사 경내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석가탑이 단순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반면, 다보탑은 화려하고 역동적인 미감을 지니고 있어 상반된 개성을 보여준다. 이는 불교의 다양한 측면을 상징하는 것이며, 단순한 신앙의 공간을 넘어 철학적 깊이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 두 탑은 불국사의 사상적 배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불국사는 부처님의 세계인 불국토를 현실 세계에 구현하고자 한 사찰이며, 석가탑과 다보탑은 그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두 탑이 조화를 이루며 배치된 것은 불교 교리에서 강조하는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한국 불교 석탑 건축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단순한 문화재를 넘어 불교 철학과 미학을 담고 있는 유산이다. 석가탑은 단순하고 정제된 아름다움으로 불교적 청정성을 강조하며, 다보탑은 화려하고 독창적인 조형미로 불교 신앙의 깊이를 표현한다. 이 두 탑이 함께 서 있는 불국사는 한국 불교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석가탑과 다보탑은 불국사와 함께 불교 신앙과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상징적인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