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범종(梵鐘)의 소리는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다. 범종은 중생을 깨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는 신성한 도구로 여겨지며, 그 재료와 조각된 문양, 소리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범종은 불교 사찰을 방문했을때 커다른 종이라고만 생각했다. 정성을 다해서 종을 치면 업장소멸을 한다고만 알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알아봐야겠다. 범종은 사찰의 중요한 공예품이자 불교 의식의 필수 요소로, 불자들에게 깨달음과 자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글에서는 사찰 범종의 소재와 그 상징적 의미,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범종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1. 범종의 역사와 역할
범종은 불교 의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타악기이며, 사찰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울려 퍼진다. 불교에서 종소리는 중생을 깨우고, 번뇌를 씻어 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퍼뜨리는 역할을 한다. 범종을 울리는 행위는 단순한 신호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으로 여겨지며 종소리를 통해 법음(法音)이 세상에 전해진다고 믿는다.
범종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티베트 등 불교권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며, 나라별로 형태와 제작 방식에 차이가 있다. 한국의 범종은 특히 섬세한 조각과 맑고 깊은 소리로 유명하며, 세계적으로도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2. 범종의 소재와 의미
범종을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재료는 주로 청동이며, 경우에 따라 철이나 돌, 나무로도 만들어진다. 각각의 소재는 불교 철학과 연관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청동(靑銅) - 순수함과 깨달음** 청동은 범종 제작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금속으로, 구리와 주석을 합금하여 만든다. 청동의 맑고 울림이 긴 소리는 불교에서 깨달음과 지혜를 상징하며, 그 소리가 널리 퍼지는 것은 부처님의 법음이 온 세상에 전파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청동은 시간이 지나도 변색이 적고 강한 내구성을 갖추고 있어, 불교의 가르침이 변함없이 이어져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상징한다.
2) **철(鐵) - 강인한 신념과 수행** 철로 만든 범종은 청동 범종보다 흔하지 않지만, 일부 사찰에서는 철종이 발견되기도 한다. 철은 강한 금속이므로 불교의 가르침이 굳건하며, 수행자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수행자가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3) **석종(石鐘) - 영원성과 자연의 조화** 일부 지역에서는 돌로 만든 종도 볼 수 있다. 석종(石鐘)은 변하지 않는 진리와 영원성을 상징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의미한다. 불교에서는 자연을 존중하고,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수행 방식을 중요하게 여기므로, 돌로 만든 범종은 그러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4) **목종(木鐘) - 자비와 연민** 나무로 만든 종은 주로 수행 공간에서 사용되며,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 조용한 명상과 수행에 적합하다. 목종은 자비로운 마음과 연민을 의미하며, 부처님의 따뜻한 가르침을 상징한다.
3. 범종의 구조와 문양
범종은 단순한 타악기가 아니라, 세심한 조각과 문양이 새겨진 예술품이다. 범종의 구조와 문양에는 불교의 중요한 상징들이 포함되어 있다.
1) **용뉴(龍鈕) -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용** 범종의 상단에는 ‘용뉴(龍鈕)’라는 장식이 있는데, 이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용은 불교에서 법을 수호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달하는 존재로 여겨진다. 또한, 용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신성한 존재로, 종소리를 하늘 높이 퍼뜨려 중생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
2) **비천상(飛天像) -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양하는 천인** 범종의 표면에는 비천상(飛天像), 즉 하늘을 나는 천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찬양하고, 그 소리가 널리 퍼지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3) **당좌(撞座) - 법음을 울리는 중심부** 범종을 타격하는 부분을 ‘당좌(撞座)’라고 하며, 일반적으로 연꽃 무늬가 새겨져 있다. 연꽃은 불교에서 깨달음과 청정함을 상징하며, 종소리가 연꽃처럼 중생의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를 지닌다.
4) **명문(銘文) - 범종의 제작 의도와 불교 신앙** 범종의 몸체에는 종을 만든 이유, 제작 연대, 발원자의 이름 등이 새겨진다. 이를 통해 당시의 신앙과 불교 문화, 제작 기법 등을 알 수 있다.
4. 한국의 대표적인 범종
한국에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범종들이 남아 있으며, 그중 몇 가지 대표적인 범종을 소개한다.
1) **성덕대왕신종(聖德大王神鐘,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은 한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범종으로,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 종은 신라 경덕왕이 아버지 성덕왕을 기리기 위해 제작을 시작했고, 혜공왕 때 완성되었다. 종소리가 청아하고 깊어 한국 최고의 범종으로 평가받는다.
2) **상원사 동종(上院寺銅鐘, 국보 제36호)** 강원도 평창 상원사에 있는 이 범종은 현존하는 한국 범종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신라 성덕왕 때(725년)에 만들어졌다. 문양이 정교하고, 음향이 뛰어나 신라 시대 범종 제작 기술을 잘 보여준다.
3) **봉덕사 범종(奉德寺銅鐘, 보물 제11호)** 대구에 위치한 봉덕사의 범종은 고려 시대 범종의 대표적인 예로, 신라 범종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장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불교 사찰의 범종은 단순한 의식 도구가 아니라, 중생을 깨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신성한 상징물이다. 범종의 소재인 청동, 철, 돌, 나무는 각각 다른 의미를 지니며, 종소리는 불교의 철학과 수행 정신을 담고 있다. 특히 한국의 범종은 예술적 가치가 높고, 불교 신앙의 중심에 서 있는 문화유산이다. 사찰에서 들리는 범종 소리는 지금도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안내하며, 불교의 깊은 가르침을 전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