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는 한국 불교 역사에서 가장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시기입니다. 불교는 단순한 종교적 신앙을 넘어 정치, 문화, 예술, 철학 등 사회 전반에 깊숙이 스며들었으며, 고려의 국교로서 국가적 이념과 왕권 강화를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고려 불교의 전성기 배경과 그 비밀,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겠습니다.
1. 고려 불교 전성기의 배경
고려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면서 ‘불교를 통해 나라를 다스린다’는 숭불정책(崇佛政策)을 펼쳤습니다. 태조는 불교를 통해 왕권을 강화하고, 민심을 통합하며, 국가 안정을 도모했습니다. 이후 문종, 숙종, 의천, 그리고 무신정권 시대를 거치며 불교는 국가 권력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국사(國師)와 왕사(王師) 제도를 통해 스님들이 정치에 깊숙이 관여했고, 왕실은 불교 사찰을 후원하며 국운 융성을 기원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고려 불교의 전성기를 이끄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습니다.
2. 의천과 지눌, 고려 불교의 두 거장
고려 불교의 전성기를 이끈 두 인물로는 천태종의 의천(義天)과 선종의 지눌(知訥)이 있습니다.
의천은 문종의 아들로, 중국 송나라에서 천태종의 가르침을 받아 천태종(天台宗)을 개창했습니다. 그는 교종과 선종의 조화를 강조하며 ‘교관겸수(敎觀兼修)’라는 사상을 주창했습니다. 즉, 경전의 교리(敎)와 참선 수행(觀)을 함께 실천해야 한다는 사상이었습니다.
지눌은 고려 후기 불교계의 대표적 수행자로, ‘정혜쌍수(定慧雙修)’와 ‘돈오점수(頓悟漸修)’라는 수행법을 통해 선종(禪宗)을 크게 발전시켰습니다. 그는 수행 중심의 결사 운동을 주도하며, 조계종(曹溪宗)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3. 불교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
고려시대 불교 전성기의 또 다른 비밀은 화려한 불교 문화와 예술의 발전에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국교로서 불교를 후원하며,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불교 문화재를 탄생시켰습니다.
①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국태민안을 기원하며 제작된 세계 최대의 불교 경전.
② 해인사 장경판전: 팔만대장경을 보관하기 위한 건축물로,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③ 고려 불화(佛畫): 고려 시대의 섬세한 불교 회화로,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기법이 특징.
④ 청자(靑磁): 불교 사찰에서 사용된 청자 공예품은 고려 시대 도자기 예술의 절정.
⑤ 탑과 불상: 대웅전, 석탑, 금동불상 등 다양한 불교 조형물 제작.
4. 고려 불교의 사회적 역할
고려 불교는 단순한 신앙 체계를 넘어 사회복지, 교육, 의료 등의 역할도 수행했습니다.
① 사원 경제: 사찰은 농경지와 노비를 소유하며, 독자적인 경제력을 형성.
② 구제 활동: 기근과 질병이 발생했을 때 사찰에서 무료 급식과 의료 활동 진행.
③ 교육 기관: 승려를 교육시키는 승가대학 운영.
④ 외교 활동: 중국 송나라 및 몽골과의 외교 사절로 승려들이 파견됨.
5. 무신정권 시대, 불교 권력의 절정기
무신정권(1170~1270) 시기에는 무신들이 권력을 잡으면서도 불교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최충헌, 최우 등 무신 집권자들은 불교 세력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며, 묘청의 서경천도 운동과 같은 불교적 민중 운동도 탄생했습니다.
특히 최우는 조계종의 지눌을 후원하며, 선종 중심의 수행 문화가 더욱 발전했습니다. 또한 대장경을 다시 새기는 사업인 ‘재조대장경’을 추진하며, 몽골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한 호국불교(護國佛敎)의 성격을 강화했습니다.
6. 고려 불교 전성기의 한계와 몰락
고려 불교는 지나치게 권력화되면서 부패와 타락이라는 문제도 발생했습니다. 사찰이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승려들이 세속적 권력에 개입하면서 민중의 비판이 거세졌습니다. 이러한 부패는 고려 말 신진사대부의 성리학(性理學) 사상에 의해 비판받으며, 결국 조선 건국과 함께 불교는 탄압받고 쇠퇴하게 됩니다.
7. 결론
고려시대 불교 전성기는 국가 권력과 불교의 긴밀한 협력, 뛰어난 불교 지도자들의 등장, 그리고 문화적·예술적 발전이 조화를 이루며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권력 개입과 사원 경제의 비대화는 불교의 몰락을 초래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고려 불교의 전성기 역사는 오늘날 한국 불교의 정신적 토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