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은 고려시대에 편찬된 불교 경전의 집대성으로,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완벽한 불교 경전으로 평가받는 고려대장경은 불교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쇄 문화와 조각 기술, 그리고 민족의 정신적 의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
1. 고려대장경의 역사적 배경
고려대장경은 고려 현종 2년(1011년)부터 시작된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을 기점으로, 몽골의 침입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고종 23년(1236년)부터 1251년까지 약 16년에 걸쳐 완성된 재조대장경(再雕大藏經)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당시 고려는 몽골의 침략으로 국가적 위기에 처했으나,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부처님의 가르침을 새긴 경전을 통해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호국불교 정신으로 대장경을 새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정신은 단순한 종교적 신앙을 넘어, 민족적 단합과 저항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 고려대장경의 제작 과정
고려대장경은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8만 1258장의 경판(經板)에 새겨져 있으며, 총 1,50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불교 경전을 담고 있습니다.
① 재료 선정: 질 좋은 산벚나무를 사용하여 경판을 제작하였으며, 나무를 3년간 바닷물에 담근 후, 건조 및 방부처리를 통해 내구성을 강화했습니다.
② 각자(刻字) 작업: 목판에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새기는 과정으로, 1,600여 명의 승려 및 장인들이 참여했습니다.
③ 잉크 및 인쇄: 목판에 먹을 묻힌 후, 종이에 찍어내는 인쇄 방식입니다.
④ 보관 및 유지: 습기 및 온도 조절을 위한 해인사 장경판전의 특별한 건축 구조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3. 고려대장경의 구성 및 내용
고려대장경은 불교의 경(經), 율(律), 논(論) 삼장(三藏)을 포함하여, 불교 교리, 수행 방법, 역사, 의례 등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① 경장(經藏): 부처님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입니다.
② 율장(律藏): 승려들이 지켜야 할 계율과 규범을 지칭합니다 .
③ 논장(論藏): 불교 철학 및 사상에 대한 논평과 해설하고 있습니다 .
④ 부록 및 주석: 불교 역사서, 고승들의 전기, 법문 등을 추가.
4. 고려대장경의 의의와 가치
① 불교 사상의 완벽한 집대성: 동아시아 불교 경전을 총망라한 방대한 지식의 보고.
② 호국불교의 상징: 국가적 위기 속에서 민족의 단합과 정신적 승리를 기원하며 제작.
③ 목판 인쇄술의 최고 걸작: 정교한 목판 조각 및 인쇄 기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
④ 세계기록유산 등재: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
⑤ 현재까지 완벽한 보존: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상 없이 보존된 인류 문화의 기적.
5. 고려대장경이 후대에 미친 영향
고려대장경은 단순한 불교 경전의 집대성에 그치지 않고, 조선시대 팔만대장경 재인쇄, 일본 및 동남아시아 불교 문화 전파 등 동아시아 불교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또한 고려대장경의 제작 기술은 후대 인쇄문화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금속활자 인쇄술의 발달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탄생하는 데도 고려대장경의 목판 인쇄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6. 해인사 장경판전과 보존 방식
고려대장경은 현재 경남 합천 해인사에 위치한 장경판전(藏經板殿)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자연적인 환기 시스템을 통해 경판을 완벽하게 보존하는 구조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을 손상 없이 보관하고 있는 기적의 공간입니다.
7. 결론
고려대장경은 단순한 불교 경전을 넘어, 민족의 정신적 저항, 문화적 자부심, 불교 사상의 완전한 집대성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입니다. 오늘날까지도 해인사에서 보존되고 있는 이 경판은 한국인의 지혜와 장인 정신, 그리고 평화를 기원하는 불교의 정신적 가르침이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